어느 날 문득 '면피'라는 단어가 세상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피'란 어떤 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상적으로 보자면 사람들은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나 성취를 하기 위해 어떤 일을 열심히 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급여를 받는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꿈꾸던 일을 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
대부분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일은 하기 싫지만
돈을 받기 위해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일을 해야 한다.
싫다고 일을 안 하거나 덜 하면 직장 생활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이 부분에서 사람은 면피를 위한 노력을 한다.
이는 더이상 나에게 일을 시키지 말라는 뜻도 있고
나는 이 정도 일을 했으니 당당하다는 뜻도 있고
이 정도 했으면 만족스럽다는 뜻도 있다.
일을 함에 있어서 흥미나 성취감보다는 그저 면피를 위해 노력을 할 뿐인 것이다.
이 '면피'라는 말이 사람관계에서도 통한다.
단체생활을 하게 됐을 때 누구나 공동의 일은 하기 싫어한다.
아무래도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잘했다고 해도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고, 하다가 실수하거나 그만두면 오히려 욕을 먹는다.
그러다보니 분담을 하게 되고 '나는 내가 맡은 일은 했다' 라는 면피를 위한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연인관계에도 마찬가지다.
서로 간에 마음이 상하는 일이 생겼을 때
서로 자기 자신은 어느 정도의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서운함을 토로한다.
법적인 문제에서 면피는 더더욱 중요하다.
교통사고가 났다고 가정하면
이 교통사고가 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규정속도 이하로 운행했고
정지선을 지켰으며, 기타 법들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혹은 법정에서 주장한다.
형벌과 보상이 달려있기에 더더욱 내가 문제가 아니었음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면피를 위한 행동들을 하다보니 호기심이 생기거나, 주변의 인정이나 성과보상 등을 받게 되어
중간에 행동의 동기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렇게 면피라는 게 우리의 일상생활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행동에 대한 동기로서 작용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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