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아껴쓰는 편이다.
요새는 그래도 나아졌는데
지금보다 이전에는 물건을 아껴쓰는 게 아니라
아끼느라 쓰지를 못했다.
새 옷을 사면 세탁할 때마다 옷이 늘어나고 헤지는 게 싫어서
기껏 산 새 옷을 잘 안 입었다.
예쁜 신발을 사도 잘 안 신었다.
핸드폰을 사도 배터리 효율이 떨어질까봐 고사양 어플 같은 건 돌리지도 않고 그랬다.
감정에서도 그랬다
슬픈일을 겪어도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그냥 닫아버리곤 했다. 왜 그랬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슬퍼하다 보면 감정이 무뎌질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아끼던 물건들을 지금까지 잘 쓰고 있냐 하면
그건 아니다.
옷이나 신발 같은 경우는 관리부족으로 옷이 삭거나 유행이 지나서
전자제품 같은 경우는 안 쓰다보니 정말 안 쓰게 돼서
엄청 아끼는 물건들도 나중에는 감흥이 떨어져서 다 버리곤 했다.
감정도 표출하지 않으면
닳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조금씩 닳아없어졌다.
때라는 게 있다. 그 때가 지나면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유효기간이 지나가버리게 된다.
유효기간이 지나게 되면
나는 대체 뭘 위해 그렇게 물건을 아끼고 아꼈나 하는
허무함이 밀려온다.
물건이 낡아가는 게 조금 안타깝더라도
감정이 무뎌지는 게 조금 안타깝더라도
많이 쓰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이후로
닳아없어지도록 쓴 물건들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
밑창에 구멍나서 비가 새도록 신은 신발이라든가
한장 한장 필요할 때마다 찢어서 쓴 노트라든가
하도 많이 빨아서 낡아버린 양말 같은 게 생겼다.
매우 뿌듯했다.
물건은 이렇게 쓰는 것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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