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를 볼 수 있는 국가는 북극선(arctic circle) 인근에 있는 나라들이다.
※참고
2024.03.14 - [핀란드여행] - 오로라 여행으로 핀란드를 정한 이유
오로라 여행으로 핀란드를 정한 이유
오로라를 보겠다는 단 한 가지 목적으로 핀란드 여행을 다녀왔다. 오로라를 보기 위한 나라로 핀란드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직항이 있고 감당 가능한 가격이었다. 오로라는 둥근 지구를 떠
godwilldo.tistory.com
그러면 그 동네 가서 가만히 있으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걸까?
운이 좋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정말 그냥 동네에서 쉬고 있다가도
술마시고 바람쐬러 나갔다가도
버스를 타거나 운전을 하며 이동하는 중에도
심지어는 북극지역이 아닌 헬싱키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운이 좋을 때 얘기.
아무래도 자연현상이다보니 운이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운이 안 좋으면 볼 수 없는가?
아니다. 할 수 있는 건 일단 다 해봐야 한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오로라는 밤에 볼 수 있다.
핀란드는 북극지역이다.
북극지역이다보니 백야현상이 존재한다.

낮과 밤은 지구 자전으로 발생하는데
백야기간(여름)에는 지구가 아무리 자전을 한다 한들 햇빛을 받는다.
24시간 내내 해가 떠있단 소리다.
이런 경우 오로라를 보기 힘들다.
백야기간은 5월부터 8월까지라고 한다.
따라서 밤이 어느 정도 길어지는 10월~3월 정도가 오로라를 보기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2. 해를 피했으니 이번엔 달을 피해보자.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조건은 별을 잘 볼 수 있는 조건과 비슷하다.
달이 밝으면 별이 잘 안 보이듯,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오로라를 보기가 어려워진다.
오로라의 강도가 세다면 보름달이 뜬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보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오로라가 약하게 오는 나쁜 상황을 가정해야 하기에
보름달이 지난 후에 오로라 헌팅을 가기로 했다.
핀란드의 달모양은 어디서 확인할까?
나는 구글에 'finland moon phases'라 검색하여 현지 기상예보사이트를 참고했다.
https://www.timeanddate.com/moon/phases/finland/helsinki
Moon Phases 2024 – Lunar Calendar for Helsinki, Finland
www.timeanddate.com

24년 달예보다. 검정 동그라미가 달이 없는 날. 하얀 동그라미가 보름달이다.
내가 오로라헌팅을 간 날이 3.4.~3.6.일이니
보름달을 지나 그믐달쯤 시기에 간 듯하다.
3. 이번엔 구름이다.
위의 요소들은 운에 상관없이 대부분 일정하게 흘러가지만
이제부터의 요소들은 운에 많이 좌우된다.
구름을 피하기 위해 강수량을 알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위 자료를 보면 연중 대부분 비슷한 강수량을 보이지만
6월부터 시작해 11월까지는 50mm가 넘는 강수량을 보인다.
다만 강수량이 위와 같다고 해서 구름이 끼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냥 알고나 가자고 찾아본 자료이다.
참고로 windy라는 어플이 있다.
단기 예보를 볼 수 있는 지도인데
깔아두면 위성사진을 통해 구름이 빈 곳을 찾는 데에 참고가 될 듯하다.
정확도는... 모르겠다.
저 어플보다 현지에서 봤을 때 별이 잘 보이는 곳을 찾는 게 나은 것 같다.
별이 잘 보인다는 건 높은 구름이건, 중간 구름이건, 낮은 구름이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니까.
4. 그리고 관측 시간
유명한 오로라 어플이 있다.

이 어플을 받아보면 알겠지만 오로라를 관측 가능한 지점이
핀란드 기준 아침시간에 캐나다에서 시작하여 점점 서쪽으로 이동한다


지구 자전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에 보이는 초록색 오로라 관측 가능 범위가 핀란드 지역에 올 때쯤 해가 지기 시작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해가 지는 타이밍까지 계산하여 오로라 관측범위가 표시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무튼 해가 떠있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어차피 나가도 해가 떠 있으면 볼 수 없으니..
첫 날에는 해가 지면 운전하기가 힘드니 해가 지기 전 장소 이동을 하자는 마음으로 일찍 나갔으나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많이 지쳤었다.
해가 거의 다 져서 별이 보일 때쯤 출발하면 된다.
5. 이번엔 장소다
오로라 관찰 장소의 조건은 어두운 장소와 사방이 트인 넓은 장소다
도심지역을 벗어나야 한다.
정말 어두운 곳에 가보고 나서 느낀 점이지만 도시의 빛은 생각보다 매우 밝다.
빛 하나 없는 어두운 곳에 있다보면 저 산너머 도시의 가로등 불빛이 보이기도 한다.
밝은 해를 피하고 밝은 달을 피해서 핀란드에 갔는데
도심지역을 벗어나기 싫다고 포기할 건 아니지.
이쯤부터 점점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는 Saariselka에 숙소를 잡고
미리 알아본 정보와 현지인에게 우연히 접한 정보를 통해 아래 장소에서 오로라를 보았다.

스트리트뷰 사진으로는 이렇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밝지 않다.
정말 가로등 하나 없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찾아가야 했다.

지도상으로는 대략 이런 곳에 위치한 주차휴식공간이다.
호수에 붙어 있어 저 공간에 가면 호수가 바로 보인다.
주차를 하고 기다리던 중 전문가의 투어차량이 왔다.
그분들은 주차 후에 호수로 걸어들어가 준비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차에서 기다렸다.
그러던 중 오로라가 보였고 우리도 호수로 달려나가 오로라를 감상하고 사진을 찍었다.
호수는 얼어있어 발로 디뎌도 문제가 없었다.
아마 해빙기에는 조심해야하지 않을까?
6. 태양풍
이건 뭐 어찌할 수 없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날아오는 태양풍에 섞인 방사성물질이 지구 자기장에 의해 남극과 북극으로 모이고
그 물질이 산소 질소와 결합하며 색을 발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결국 태양풍이 강해야 한다는 소리다.
근데 뭐 어쩔 수 있나.
우리는 핀란드에서 마냥 오로라만 기다리며 살아갈 순 없다.
멀리 있는 나라로의 여행인지라 비행기는 미리 예약해야 하고
기간도 정해져있다.
우리는 달이 밝은 날을 피하기 위해
3월1일~3일까지는 헬싱키에 머물고
4일부터 7일까지만 오로라 헌팅을 했다.
그런데 3월 3일 밤에 오로라 어플로 알림이 왔다.
오로라 어플을 깔고 난 이후 처음 보는 빨간색 오로라 알림
오로라지수도 엄청났다.
엄청난 아쉬움과 후회가 왔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워낙 강렬하게 온 덕에 헬싱키에서도 볼 수 있었다고 하지만
여행자 뚜벅이가 유럽에서 저녁8시에 가로등이 없는 외곽지역까지 나가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오로라 강도(태양풍)에 관한 건 하늘에 맡기기로 했다.
7. 이렇게 오로라 관측 성공!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수
위와 같은 조건을 다 갖추고
오로라 관측에 성공했다.
차에서 대기를 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간중간 창문을 열고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속 언덕?산? 뒤편으로 초록색 빛이 보였다.
'형. 이거 오로라 아니에요?'
사진을 확인한 형과 나는 허겁지겁 준비를 하고
오로라투어 사람들이 나갔던 호수로 걸어나갔다.
아마 그 투어 사람들 아니었으면 호수로 걸어나갈 생각도 못했겠지 무서워서.
나가보니 사진을 찍을 때보다 오로라가 더욱 밝게 빛나고 있었다.
희열을 느끼고 감탄하며 서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어느 정도 사진을 찍고 나서는 눈으로 감상을 했다.
하늘에 펼쳐져 빛을 받은 초록색 얇은 비단 같은 느낌이었다.
이 여행을 준비하며 했던 고생과
사리셀카에 가기 전 받은 오로라 알림을 보며 했던 걱정과 절망
낮일정을 마치고 힘든 와중에 한 밤운전
좁은 차 안에서의 오랜 대기
그냥 여러 고생이 다 더해져 희열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서른 넘고 그런 도파민 폭발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아마 투어로 왔으면 그런 느낌은 못 느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오로라를 20분쯤 보았을 때
안개가 밀려와서 더이상 오로라를 보기는 어려웠다는 점이다.
3일 투자해서 딱 20분 봤다. 좀 더 길게 보고 싶었는데.




1-6번까지의 준비
구름이 반 정도 있다는 예보 속에서 찾은 구름하나 없이 맑은 지역
KP지수(오로라지수) 1정도의 약한 강도
같이 간 형이 알아본 정보
첫 날 주차장에서 우연히 만난 현지인의 정보
두 번째 날 대기 장소에 들어와 호수로 걸어들어간 현지 투어차량
낮 일정을 마친 후 피곤한 와중에 30~40분의 어둠속 야간 드라이브
해가 지는 시간부터 차에서 약 3~4시간의 기다림. 곱하기 3일
1-6번까지의 정보만 따져봤을 때 솔직히 나는 오로라를 못 볼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번에 오로라를 본 건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함부로 누군가한테 오로라투어는 셀프로 가라고 하지는 못할 것 같다.
가면 볼 수 있다는 말도 함부로 못할 것 같다.
* 핀란드 오로라투어가 하루 한 번 한 사람당 100유로정도씩 한다. 15만원돈인데. 둘이 합치면 30이다.
우리는 이틀차에 안되면 사흘차에 나갈 것까지 생각해서 렌트를 했지만
이런 고생 안 할 거면 그냥 현지 업체 오로라투어를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 생각을 해봤는데 오로라는 항상 와 있는 게 아닐까
태양풍이 약하고 강할 때는 있지만 항상 지구로 날아오긴 할 테고
날이 밝아서 혹은 날씨가 좋지 않아 안 보이는 것 뿐이지 계속 오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길게 썼더니 위에 뭔 내용을 썼는지 살펴보는 것도 힘들다.
잘 썼겠지 뭐.
정말 열심히 찾아서 보았고, 운도 좋았고, 감동도 컸기에
글로 꼭 남겨보고 싶었다.
'핀란드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핀란드에서 재활용 쓰레기로 돈 벌기(Pantti) (2) | 2024.03.22 |
---|---|
핀란드 여행 일반정보 (4) | 2024.03.14 |
오로라 여행으로 핀란드를 정한 이유 (2) | 2024.03.14 |
댓글